에… 심유경입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글인 홍마향과 붉은 색에 관한 이야기 2 에서 이어지는 내용이긴 합니다만
이제는 이미 동방과는 관련 없는 이야기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
어제 도착한 '우리말 색이름 사전'을 죽 읽어나가다 보니 제가 몰맀던 색이름이 매우 많았던지라 상당히 흥미롭더군요.
사전에 나와있는 색상의 수치들을 직접 입력해가보며 웹에서의 표현되는 색상과도 쭉 맞춰가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중, 웹에 뭔가 흥미로운 글이 보이더군요.
다름아니라, 붉은 색의 종류중 하나로 소개되고 있던 '꼭두서니색'이 사실은 일어 번역투 표현이라는 이야기 였습니다.
... ?
꼭두서니가 국내에 자생하는 식물의 우리말 이름인데
그것이 번역투 표현이라고 하니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더군요.
조금더 웹을 뒤져보니 이에 대해 자세히 다루신 어느 블로거분의 글을 볼 수 있었습니다.
관련 글 :
http://xacdo.net/tt/index.php?pl=348&stag=%EC%83%89%EA%B9%94
작도닷넷 블로그 06/07/26 일자 포스트, "꼭두서니색"
위에 나온 블로거 분께서 알아본 바에 따르면 꼭두서니색 이란 말은 사실 일어의 직역투였다고 하시더군요.
확실히 일어로 茜色(あかねいろ)를 번역하면 꼭두서니색이긴한데.. (茜: 꼭두서니 천)
그 근거가 되는 내용에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뭔고하니, 저분이 요약한 기사 내용에 의하면
우리말 색이름 개편 - 일본식 이름인 꼭두서니색과 연단색 등 67개가 제외됐습니다.
라고 되어있었다고 합니다만
실제로 인용된 기사 출처를 찾아보니 원문에서는 이렇게 되어 있더군요.
관련 기사 :
http://search.ytn.co.kr/ytn/view.php?s_mcd=0102&key=200505180052292000
YTN 5월 18일자 뉴스 "우리말 색이름 개편 작업 마무리"
(윗 기사에서 인용)
이런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관용적으로 쓰고 있는 색이름 가운데 우리말 표준이름 133개가 정해졌습니다.
지난 64년의 첫 이름표에서 혼동되거나 일본식 이름인 꼭두서니색과 연단색 등 67개가 제외됐습니다.
확실히 꼭두서니색이 일본식 이름이라서 제외되었다.. 처럼 읽을 수도 있었지만
어찌보면 혼동되는 이름이 꼭두서니색이고 일본식이란 것은 연단색을 지칭하는게 아닌가 싶더군요.
(참고로 여기서 연단색(鉛丹色, えんたんいろ)은 납종류의 금속인 연단(鉛丹, Pb_3O_4)의 색에서 나온 말인데
붉은색 계통의 색상이더군요. 처음에는 연단색이 軟丹色(연한 붉은색)이라는 줄 알고 한참을 헤맸습니다. orz)
... 하지만 단정지을 수는 없었기에 비슷한 내용을 다룬 다른 기사에서는 뭐라고 나올지 조금 검색해보니
제 의견을 뒷받침 할 수 있을 만한 내용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관련 기사 :
http://app.yonhapnews.co.kr/YNA/Basic/article/search/YIBW_showSearchArticle.aspx?searchpart=article&searchtext=%ED%91%9C%EC%A4%80%20%EC%83%89%EC%9D%B4%EB%A6%84&contents_id=AKR20050517003800003
연합뉴스 5월 17일자 뉴스 "병아리색, 수박색이 표준 색이름으로"
(윗 기사에서 인용)
기존의 표준 색이름 중 연지색, 딸기색, 바나나색 등 59개의 관용 색이름은 그대로 사용키로 했으며 색채환경의 시대적 변화에 따라 명확하지 않은 색이름인 올드로즈, 꼭두서니색, 머룬 등과 일본식 색이름인 연단색, 금적색, 금갈색 등 67개 색이름은 표준에서 제외했다.
이 기사에서는 확연히 구분이 되는군요.
'요즘 색채 환경에서는 명확하지 않은 색이라 꼭두서니 색이 표준 색상에서 제외되었다..'
라는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보면 확실히 꼭두서니가 약재나 염색 재료로 쓰인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래서야 이름을 듣고 무슨 색인지 떠올리기가 어려울려나요. OTL
그런 의미에서 꼭두서니색 자체에 대해 알아보면,
우리말 색이름 사전에서는 꼭두서니 색을 이렇게 분류하고 있었습니다. (그림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외국에서는 Madder red
먼셀 부호 5R 4/10, CMYK값 C15 M85 Y65 K20
좀 더 확실하게 색을 확인하시려면 madder_red.jpg 이 파일을 받아 웹브라우저 이외의 뷰어로 봐주시길
먼셀 부호 5R 4/10, CMYK값 C15 M85 Y65 K20
좀 더 확실하게 색을 확인하시려면 madder_red.jpg 이 파일을 받아 웹브라우저 이외의 뷰어로 봐주시길
영어사전을 보니 Madder 가 꼭두서니를 외국에서 부르는 명칭이더군요.
이런 내용을 확인하니,
아까 위에서 나온 블로거 분이 어린왕자에서 봤다는 꼭두서니 색은
혹시 영어 "Madder red" 를 번역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꼭두서니색은 역시나 외국어를 번역해서 생겨난 말일까요..?
하지만 그럴거면 그냥 '매더 레드' 라고 썼을런지도 모르겠는데..
굳이 꼭두서니 라는 말을 쓸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도 하더군요.
더욱 의문이 생긴 저는 옛날 기록에서는 뭐라고 나오는지 조금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꼭두서니의 어원을 알아보니 '꼭두서니' 라는 단어 자체의 경우,
구급간이방언해(救急簡易方諺解, 세종시대 구급치료 의학서) 에서는 '곱도 불휘 (꼭두서니 뿌리)' 라는 말이 나오고
번역노걸대(飜譯老乞大, 중종시대 중국어 학습서) 에서는 '곡도' 라고 나오며
최세진의 훈몽자회(訓蒙字會, 1527년 간행, 초급자용 한자 학습서) 에서는 '곡도손',
조선후기 어휘집인 물보(物譜)에서는 '곡도손이' 라고 나오는 등등 ...
꽤 옛날부터 내려오며 지금의 '꼭두서니'로 정착된 것 같더군요.
약초나 붉은빛 염색의 재료로 옛날부터 사용되어 온 식물인데 지금은 많이 잊혀져서 이런 오해도 생긴 것이 아닐까 싶어졌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을 찾아보니 이런 부분도 있더군요.
관련 기록 :
http://sillok.history.go.kr/inspection/insp_king.jsp?id=kda_12512018_001&tabid=k
세종 25년 12월 18일 "호군 김황을 사은사로 삼아 관복을 청하는 자문을 싸 가지고 유수강을 뒤쫓아 북경에 가게 하다"
윗 기록을 보시면 茜紅包裹氈(천홍포과전) 를 주었다. 라는 말을 보실 수 있습니다.
글자대로 해석해보면 '천홍으로 싼 모포'..? 아마도 '붉게 염색한 융단' 같은 의미로 보이는데..
붉은 색의 이름으로 쓰인 꼭두서니 천 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외에도 저 '천홍(茜紅)' 이라는 색이름은 종종 보이는 것 같더군요.
.. 참고로 그냥 천홍색 이라고 하면 여기나온 천홍(茜紅)이 아니라 천홍(淺紅, 옅은 홍색)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하시길;
이외에도 세종실록의 지리지 관련 부분에서 여러 지역의 산물로 천초근 (茜草根, 꼭두서니 뿌리) 이 나오더군요.
꽤 옛날부터 한국내에 자생한 식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붉은색으로 염색하기 위해서는 저 식물의 뿌리를 재료로 많이 썼겠지요... (약으로도 쓰지만)
그외에도 천홍색(茜紅色)이라는 말이 또 쓰이는지
웹을 뒤져보니 위키피디아 쪽에서 관련 항목을 검색해낼 수 있었습니다.
위키피디아의 관련 항목 :
http://zh.wikipedia.org/wiki/%E6%B7%B1%E8%8C%9C%E7%BA%A2
중국어 위키피디아 深茜紅色 (짙은 꼭두서니색) 관련 항목
윗 중문 위키피디아의 항목은 한국어 위키피디아에서 알리자린 항목에 링크되어 있었습니다.
→ http://ko.wikipedia.org/wiki/%EC%95%8C%EB%A6%AC%EC%9E%90%EB%A6%B0
알리자린은 꼭두서니로 얻을 수 있는 염료더군요.
더불어 한국어 위키피디아에 꼭두서니 관련 항목도 있었으니 흥미가 있으시면
http://ko.wikipedia.org/wiki/%EA%BC%AD%EB%91%90%EC%84%9C%EB%8B%88
↑ 를 살펴봐 주세요.
...
얘기가 많이 늘어졌습니다만;
정리해보면 꼭두서니색은
옛날부터 식물 꼭두서니의 뿌리가 염료로 쓰이면서 자연스렙게 생긴 색이름이 아닐까 싶더군요.
한자인 茜色(천색) 또한 일본 뿐 아니라 중국, 대만 쪽 자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영어로도 Madder red 라는 말이 있었고..
저 식물이 붉은색을 낼 수 있는 대표적인 재료로 쓰이면서 세계 각지에 비슷한 말이 생겨난 것일까요?
혹,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아시는 분께서는
이 글로 인해 잘못된 정보가 전해되지 않도록 부디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저는 여기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태그 : 색깔
덧글
제칸 2008/05/14 20:45 # 답글
기자 2008/05/15 00:33 # 삭제 답글
심유경 2008/05/16 09:24 # 답글
그러고보면 한복하면 생각나는 붉은 색 중에 다홍색도 있었지요.
음, 다음은 저 색에 대해서 다뤄볼지도..?
기자님/
책 내용이 은근히 재미가 있더군요.
색이름에 관심이 있으시면 한번 읽어볼만 할 것 같습니다.(사전인데..;)